석유위기의 현실화
석유위기의 현실화
  • 국토일보
  • 승인 2008.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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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 150달러 돌파를 시간문제로 한 체 200달러 시대까지 머지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공식적 언급이며 세계적 투자자문사인 골드만삭스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국내외적으로 본격적 석유위기 가능성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석유위기란 이미 1· 2차 오일쇼크를 통해 우리가 경험했듯이 단기간 내 가격과 수급여건이 급격히 변동하면서 경제사회의 건전 성장에 치명적인 피해와 왜곡을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한 최근의 국제유가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가치로 따져도 1970년대 1· 2차 오일쇼크 당시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로 분석될 정도다.


 그 여파는 이미 세계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는가 하면 금리동결까지 시사하는 충격파에 쌓였다. 뉴욕 증권거래소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연일 급락하는 등 충격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으로 휘청거리던 세계 경제가 또다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할 경우 전 세계가 과거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충격을 받을 게 뻔하다. 특히 기름은 한 방울도 나지 않으면서 원유 수입 규모는 세계 5위인 우리나라가 유가 폭등으로 겪을 경제적 충격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다가서던 지난해 하반기 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우리나라가 2차 오일쇼크 때와 같은 수준의 충격을 받으려면 두바이유의 실질실효가격이 배럴당 151.65달러는 돼야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런데 불과 6개월전만 해도 ‘설마’했던 이 가격이 눈앞에 다가왔으니 보통 충격이 아닌 것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1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은 하루만에 3.29달러 뛰어 오르며 배럴당 123.69달러를 기록해 이런 추세대로라면 150달러도 멀지 않은 실정이다. 세계적 유가전망기관들도 이런 임계치 돌파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데 동조할 정도다.


 석유위기의 충격파는 이미 우리 경제의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특히 항공, 유화, 물류 등 유류와 관련이 깊은 기업들의 경우 고사 직전에 몰릴 정도로 심각하다. 기름 값 때문에 아파트 분양가도 인상 압력을 받고 있는가 하면 생계형 영업에까지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유가 폭등에 의한 고(高)물가 파고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가중시키면서 생산· 교역 조건마저 악화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순상품교역지수는 80.5로 직전 분기 대비 6.7% 하락한 사상 최악의 상황이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렇듯 나라 안팎의 경제 시그널이 적색 일변도임에도 국내경제의 각 주체, 특히 정부조차 여전히 무감각증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유가 비상이라도 걸어야할 정부가 한가롭게 자원외교만 외쳐대고 있는 형편이니 국민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언젠가 유가가 떨어지겠지, 소득이나 물가상승 등을 고려하면 아직은 2차 오일쇼크 수준은 아니라는 막연한 생각이 정부는 물론 국민경제 전반에 배어 있는 느낌이다.


 앞서 지적한대로 국제 유가의 상승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최근의 유가 상승은 투기적 수요가 아닌 수급 불균형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미국 사회가 유가 급등 영향으로 크게 달라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유류 소비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분위기가 충만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더더욱 달라져야 한다. 불붙은 유가는 한국경제에 ‘폭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우선 정부부터 유가 상승 장기화에 대비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마땅하다. 유류 다소비 경제주체들에 대해 불이익 조치가 따라야함은 물론이다. 지금이야말로 국민적·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대처하는 비상시기가 되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