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안전관리 특별법 1년, 아직은 걸음마… 제도개선 사항 쏟아져
지하안전관리 특별법 1년, 아직은 걸음마… 제도개선 사항 쏟아져
  • 김준현 기자
  • 승인 2019.01.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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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지하안전 위험 노출… 지하안전 정책 토론회 통해 정책 반영

 

안전관리규정 도로관리청 통합 VS 신속한 재난 대응 위해 지자체 나눈 것

10미터 미만 굴착도 안전관리 추가 VS 기존 법으로도 대응 가능

지하안전영향평가 기간 7개월 VS 통계오류, 건축주 협의기간은 빼야

지하안전영향평가 착공신고 전 변경 VS 착공 전 신고 불가능

▲ 17일 국회도서관 회의장에서 지하안전특별법 시행 1년을 맞아 관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토교통부 최영록 사무관(왼쪽 첫번째)에게 개정사항을 제안했다.

[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잇따른 지반침하 함몰로 지하안전이 국민안전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지하안전관리 특별법이 어느덧 1년을 맞이했다. 관계 전문가들은 그동안 진행된 특별법에 손봐야 할 부분이 많다고 평가했다.

한국지하안전협회(회장 안상로)는 16일 국회도서관 회의장에서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 1년의 회고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지하안전 정책 토론회’를 열고, 각계 전문가들의 개선사항과 정부의 입장을 주고받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안상로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지하안전법 시행이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국토교통부와 많은 것을 이뤄왔지만, 여전히 지하안전은 위험에 노출돼 있어 정책토론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서울시 도로관리과 김근용 팀장은 안전관리규정 심시기관에 대해 통합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상·하수도, 지하철 등 대부분의 지하시설물이 여러 구청에 걸쳐 연관됐기 때문에 각 자치구별로 구분하기 애매하다고 판단, 시·군·구가 아닌 도로관리청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토부 건설안전과 최영록 사무관은 검토해볼 사항이나 법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신속한 재난 수습 복구 대응을 위해 도입된 규정이다. 도로관리청으로 넘어가게 되면 심사 기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김용근 팀장은 안전점검 대상에 해당하는 지하시설물 종류의 직경 제한도 규정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수도 직경 범위를 500mm로 제한하면 검사대상이 10% 미만밖에 안 된다는 의견이다. 반면 사고발생 사실 통보기준 깊이는 면적이 1㎡여도 깊이가 1mm이면 통보해야 할 것을 1m로 확대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영록 사무관은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지만, 규제가 너무 많으면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며 직경 제한에 대해선 받아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발생 사실 통보기준이 광범위해 행정낭비를 유발한다는 사항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오상근 교수는 지하수 유출 방지를 위해 안전관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지하안전영향평가 대상에는 ‘10m 이상 20m 미만, 20m 이상 깊이 굴착’으로 정해져있다. 현재 10m 미만은 지하안전영향평가 대상이 아닌 건설기술진흥법 관리에만 해당된다.

오상근 교수는 10m 이하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시 내 지하철, 건축물, 전력·통신구 등 지하수 유출량이 하루 17만톤가량 하천으로 방류된다고 말했다. 

최영록 사무관은 “지반굴착공사 모두를 핸들링하려고 규정한 평가가 아니다”라며 이슈 높은 사업부터 관리를 해야 한다고 우선순위를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10미터 이하는 완전 손을 놓은 것도 아니다”고 해명하며, “각종 설계 및 시방 기준이 모두 규정돼 있기 때문에 적정선에서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하수 유출량을 고려해 볼 때 논의해볼 가치가 있다며, 좀 더 운영해보고 미진한 부분은 보완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건설기술교육원 윤태국 교수는 지하안전영향평가를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만들고 나서가 더 힘들다고 업계 고충을 대변했다.

우선 지하안전영향평가 신청서를 시설안전공단 및 LH공사에 제출하고 나면 현지조사의뢰 15일을 포함해 30일 내로 업체에 회신한다. 윤태국 교수는 법정 휴일을 제외하고 나면 20일 안에 회신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사업승인 기간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하안전영향평가를 받는데 6~7개월까지 걸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영록 사무관은 회신기간은 최대한 단축할 수 있도록 조정하겠다며 협력기관인 시설안전공단과 LH공사를 비롯해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승인 기간에 대해서는 지하안전영향평가 외에 건축주와의 협의 기간도 모두 집어넣었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통계 오류라고 해명했다.

대한건축사협회 백민석 법제자문위원은 신속한 건축행정 처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민석 자문위원 역시 지하안전영향평가보고서 작성과 검토·승인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것을 지적하며, 승인기간을 건축허가 받기 전이 아닌 착공신고 전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최영록 사무관은 건축법은 절차법에 불과하다고 밝히며 지하안전영향평가는 착공 전 신고가 현재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한국스마트워터그리드학회 최계운 회장은 “증가하는 지하공간개발을 감안할 때 지하공간 안전에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며 “지하시설물의 파손이나 누수 등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예방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지반공학회 류기정 연구소장은 4차 산업혁명 대비 지하안전관리 미래형 스마트기술 고도화 연구 필요성을 제기하고, 이에 국가가 중장기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한국지하안전협회 이호 기술위원장은 “협회가 지난해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홍보와 조기정착의 역할에 충실했다”며 “올해는 협회 본연의 역할인 교육과 지원, 그리고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좌장을 맡은 동국대 장연수 교수는 이번 토론회 결과를 국회와 정부에 전달해 국민의 안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반영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지하안전정택토론회에서는 한국지하안전협회 안상로 회장이 그동안의 경과보고를 진행했다. 영동대로 지하 복합개발사업, 동부간선도로 및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GTX-A, B, C 등 폭발적 지하개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지하안전 관련 사고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과 강희업 국장은 축사를 통해 정책토론회에서 도출되는 좋은 제도개선사항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서 대한토목학회 이종세 회장, 한국기술사회 김재권 회장, 한국건설교통신기술협회 윤학수 회장이 축사를 전했다.

▲ 지하안전특별법 1년의 경과보고를 마친 후 한국지하안전협회 안상로 회장(왼쪽 여덟번째)이 건설관련 인사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