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한민국 건설산업에 바란다] 이재열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실장
[2019년 대한민국 건설산업에 바란다] 이재열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실장
  • 국토일보
  • 승인 2019.01.1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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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 확대·ENG 강화 국가경쟁력 제고해야”

“SOC 확대·ENG 강화 국가경쟁력 제고해야”

이 재 열 실장

토목기술자인 정국(鄭國)은 진나라에서 300리길 운하를 완성함으로써 농업 등 경제를 진흥시켜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사실 정국은 한나라 첩자로서 그가 처음에 대규모 토목공사를 제안한 것은 진나라의 국력을 탕진시키려는 의도였다. 공사 진행 중 계책이 탄로 났으나 첩자였던 정국은 사면돼 역사적인 대운하를 완공할 수 있었다.

2200여 년 전 진시황은 SOC 사업이 낭비가 아니라 국가경쟁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투자이며, 이를 설계하고 감독할 유능한 기술자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는 4대강 사업 등의 영향으로 미래에 대한 투자인 SOC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엔지니어의 사회적 위상이 크게 떨어져 안타깝다.

최근 3년간(2016-18년) SOC 예산은 27%(7.1조원)나 감소했으며, SOC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지방중소 엔지니어링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의 엔지니어링 경기조사 결과를 보면 지방 엔지니어링기업의 업황BSI는 2017년 상반기 71.2에서 2018년 하반기 51.3으로 19.9p하락 했으며,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업황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낮은 임금 및 사회적 대우로 미래 산업변화를 주도할 젊고 유능한 인력이 엔지니어의 길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엔지니어링의 기술성을 무시한 공사요율방식과 저가중심의 입낙찰제도로 낮은 사업대가가 적용돼 엔지니어링 기업이 우수한 엔지니어의 능력에 부합되는 임금을 지급할 능력을 상실했다. 여기에 발주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관행으로 원가상승 요인이 대가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엔지니어링 기업의 고용능력이 더욱 악화됐다.

유능한 엔지니어의 부족은 엔지니어링 산업과 엔지니어링이 핵심역량인 건설 등 연관산업의 국가경쟁력의 하락으로 나타났다. ENR에 따르면 해외시장에서의 한국기업의 설계매출 점유율은 2015년 2.4%에서 2017년 1.9%(세계 12위)로 낮아졌다. 시공매출 점유율도 2015년 8.3%(세계 5위)에서 2017년 5.3%(세계 6위)로 하락했고, 수주기준 점유율은 3.6%(세계 8위)에 그쳤다. 반면 중국의 경우 2017년 설계시장 점유율은 7.1%로 세계 4위로 도약하였고 시공점유율은 23.7%로 압도적인 세계 1위를 차지하였다. 해외 건설시장에서 중국을 날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뒷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제1의 국정과제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래 국가경쟁력과 국민복지의 향상을 위해서는 합리적 규모의 SOC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 또한 엔지니어의 처우를 개선해 우수한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엔지니어링 사업대가를 현실화하고, 발주자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엔지니어링 중심의 질적 경쟁력을 중시하는 전략 패러다임의 변화로 산업전반의 고부가가치화를 추구하고 해외건설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