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산전, 中企 판로 가로채기 갑질 파문
LS산전, 中企 판로 가로채기 갑질 파문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9.01.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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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제품 공동구매제도 취지 훼손 논란
정부가 대기업 편들기 나서며 중소기업 '격분'

PLC공업협동조합 “대자본 우월적 지위 악용···시장 독식 우려”
LS산전 “특정 생산업체 독점···대리점 판로 보호차 의견 개진”

▲ LS산전이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심의과정에서 대리점(특약점) 등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반대의견 개진을 유도, 중소기업의 판로 지원 등을 위한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고, 중소 PLC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LS산전 관계자가 수차례에 걸쳐 관계자에게 반대의견 제출을 요청하는 메일 갈무리.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LS산전이 대리점(특약점)을 동원해 중소기업의 판로를 가로막는 ‘갑질’ 정황이 포착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중앙회도 사실상 대기업 편들기식으로 일관, 관련 중소기업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프로그래머블로직컨트롤러(PLC) 제품을 생산하는 ‘(가칭)한국프로그래머블로직콘트롤러공업협동조합’은 PLC분야의 유일한 대기업인 LS산전이 중소기업이 주로 영위하던 공공시장 잠식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LS산전은 공공시장 확보를 위해 대리점(특약점) 등을 동원해 반대의견 예시안까지 제시하며 의견 제출을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대기업 총수 일가의 갑질 문제로 반(反) 재벌 정서가 확산된 만큼 LS산전도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PLC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PLC제품은 경쟁제품 지정·고시 대상 품목으로 직접생산 확인 기준에 충족해 중기벤처부가 중기중앙회의 추천을 받아 지정돼 왔다. 하지만 산업군에 따라 지정되던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이 산업분류번호로 바뀌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지정 대상이 산업분류번호로 바뀌면서 PLC는 구성품에서 완제품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이러한 변화로 인해 앞으로 공공시장 수주가 불가능해질 것이라 판단한 LS산전이 조직적으로 심의과정에 입김을 불어 넣었다고 PLC공업협동조합은 주장했다.

지난해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지정·고시 대상 품목에 ‘PLC분야에 대한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지정은 교육 및 실험용으로 한정돼야 한다’는 LS산전의 주장이 관철됐다는 설명이다. LS산전의 입김에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보호 받던 중소업체들은 졸지에 대기업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PLC업계는 산업분류번호가 존재해 ‘신청범위’를 기재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대기업의 입맛대로 ‘교육용/실험용’이란 신청범위가 반영됐다고 성토했다. 분류번호는 ‘물품목록 정보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에 따라 전기시스템, 조명, 부품, 액세서리 및 보조용품에만 국한돼 적용된다.

조달청 품명 해설내용과 경쟁제품의 범위가 일치 하지 않을 경우에만 ‘교육용/실험용’ 등으로 신청범위(특이사항)를 기재할 수 있다.

따라서 PLC공업협동조합은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신청 당시 ‘28123’이라는 산업분류번호가 존재하는 만큼 ‘신청범위’를 기재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또 대기업측의 반대의견을 수렴한 것은 중기벤처부와 중기중앙회의 직무유기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을 심의·의결하는 과정에서 한국자동제어공업협동조합 및 LS산전을 중심으로 한 47개 대리점(특약점)은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이들은 특정업체의 독점으로 자유경쟁 체제가 훼손될 것이 우려되고,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는 PLC는 교육용과 실험용에 국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LS산전이 제시한 반대의견안과 유사한 주장들이다.

중기벤처부·중기중앙회 “절차상 문제 없다”
옴부즈만지원단 “교육·실험용 국한 안 돼”

기업의 반대의견이 반영되자 PLC공업협동조합은 대부분으로 산업용으로 사용되고 있어 중소기업의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고 집단 발발했다. ‘중소기업 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정 목적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전체 PLC시장 1조 600억가량의 6%에 불과한 공공시장을 대기업이 독식하기 위한 행보로, 상생 협력이 아닌 독자생존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다. 무엇보다 중기벤처부가 옴부즈만지원단으로부터 ‘특이사항에 교육 및 실험용에 한함’이라는 표기를 삭제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실을 통보 받고도 대기업 편들기에 나서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LS산전 관계자는 “특정 생산업체의 독점이 우려되고, 영세한 자사 대리점의 판로를 보호하기 위해 의견 개진을 해야 했다”며 반대의견을 제시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죽이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소수업체만 있는 이중화PLC의 경우 특정업체가 독점하게 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등 경쟁제품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제품을 심의한 것부터가 잘못된 일이었다”라고 강조했다.

PLC공업협동조합은 경쟁제품을 지정 추천하는 것이지 규격을 지정하는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PLC 제조업체 관계자는 “직접생산 증명을 하지도 못하고 도소매업을 앞세워 반대의견을 제시한 것 자체가 시장 교란”이라며 “민간/공공시장을 통틀어 독점기업이 시장을 완전 잠식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기벤처부 및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한국과학기기공업협동조합에서 신청한 대로 심사했을 뿐”이라고 항변하며 “실적, 업체수 등의 관련 규정을 모두 충족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PLC업계는 정부와 관계 기관의 안일한 대응 속에 대기업과 공공시장에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울분을 토하며,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의 수주전 등을 통해 결국 도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