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법원 2014다235189판결(공사대금)의 소고(小考)
[기고] 대법원 2014다235189판결(공사대금)의 소고(小考)
  • 국토일보
  • 승인 2018.12.2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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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호 건설법무학박사

대법원 공사대금 판결 사실관계 파악… 법리적용 잘못 있다

정 녕 호 박사

지난 10월 30일 건설업계의 큰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2013년 1심 판결이후 5년여 만에 1심과 2심의 결과를 뒤집는 결과로 나타나 업계에 큰 걱정이 되고 있다.

대법원은 주요쟁점을 장기계속공사계약에서 총공사기간이 부기한 공사기간보다 연장된 경우에 공사기간이 변경된 것으로 보아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로 보았다.

그러면서 국가계약법 각 조문의 규정을 설시하면서 이른바 ‘총괄계약은 공사금액과 공사기간에 관하여 확정적인 권리의무를 발생시키거나 구속력을 갖게 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총괄계약의 효력은 계약상대방의 결정(연차별 계약마다 경쟁입찰 등 계약상대방 결정 절차를 다시 밟을 필요가 없다), 계약이행의사의 확정(정당한 사유 없이 연차별 계약의 체결을 거절할 수 없고, 총공사내역에 포함된 것을 별도로 분리발주할 수 없다), 계약단가(연차별 계약금액을 정할 때 총공사의 계약단가에 의해 결정한다) 등에만 미칠 뿐이라고 설명하면서 피고(서울특별시)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파기환송 했다.

첫 번째 검토사항은 원고가 청구하고 있는 추가간접비가 연차별 계약금액에 포함돼 있는지 여부이다. 계약당사자간에 설계변동, 불가변동, 공사구역 변경 등의 사유로 수회에 걸쳐 연차별계약을 체결하고 부기사항인 총공사기간과 총공사금액을 변경한 것은 다툼 없는 사실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원고가 청구하고 있는 추가간접비가 설계변동, 불가변동, 공사구역 변경 등의 사유에 포함되는지 여부와 추가간접비를 연차별 종료시점에서 산출하는 것이 가능한가의 여부이다.

결론적으로 원고가 청구한 추가간접비와 설계변동, 불가변동, 공사구역 변경 등의 사유로 인한 금액은 별개의 사안이다. 공사금액은 크게 직접비와 간접비로 구분할 수 있는데 직접비는 자재비, 노무비 등 작업량에 따라 변동되는 변동비이고, 간접비는 현장직원 인건비, 본사관리비 등 작업량과는 관계없이 현장이 개설되면 사업기간에 비례하여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경직성 경비이다.

따라서 피고가 공기연장비용이 이미 연차별 계약금액에 포함돼 있다고 한 주장은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다. 또한 판결문에서 계약상대방이 아무런 이의 없이 연차별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설시하고 있으나, 판결문의 기본적 사실관계를 보면 원고들은 최종정산과정에서 조정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한편, 판결문은 추가간접비를 연차별 계약당시 차수별로 나누어 청구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시하고 있으나, 이는 장기계속공사의 계약특성상 ‘불능조건’에 해당한다. 부기된 총공사기간이 5년일 경우 계약상대방인 시공사는 그 기간에 공사가 완료될 것을 기대하고 매년 일정한 금액의 간접비 즉,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해당 사업에 배당하게 된다. 1년차 또는 2년차 공사가 종료된 이후에 매차수별 작업량이 계획된 것과 다르다 하더라도 계약상대방입장에서는 간접비의 증감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부기된 총공사기간이 종료되기 직전 국가가 사업기간을 변경 고시한 이후에야 비로소 추가적으로 간접비가 발생하게 됨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이번사건에서도 2011.3.31. 총차계약이 완료되기 6개월 전인 2010.9.27. 국토부장관이 사업기간 변경을 고시하였다. 따라서 계약상대방에게 사업기간 변경고시 이전에 추가간접비를 신청하라는 것은 민법 제151조(불법조건, 기성조건) 제③항의 규정에 비추어보면 법리적 오해가 있다.

이상과 같이 살펴보면 원고가 청구하고 있는 추가간접비는 설계변동, 불가변동, 공사구역 변경 등의 사유로 인한 변경금액과는 성격이 다른 인건비 등 경직성 비용에 해당되며, 계약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기 계약된 총차수가 종료될 즈음에야 비로써 추가적인 간접비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될 뿐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이러한 부분에서 사실관계와 법리상 오해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는 마치 해당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급여가 5년간의 예산만 배정돼 있으니 나머지 연장된 기간은 무급으로 일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의 논리이다.

두 번째 검토사항은 예산일년주의에 반하거나 국회의 예산심의, 확정권 내지 의결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는가의 여부이다.

대법원은 그간의 판례를 통하여 국가계약법은 ‘국가와 사인간의 계약관계에서 관계 공무원이 지켜야 할 계약사무처리에 관한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것으로, 국가의 내부규정에 불과할 뿐’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그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간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어 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법의 규정 내지 법원리가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에 비추어보면 국회의 예산심의, 확정권 내지 의결권은 계약의 일방당사자인 국가의 내부사정에 불과할 뿐 이러한 사정을 이유로 계약상대방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구속할 수는 없음이다.

판결문의 소수의견에 ‘계약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체결돼야 하며, 당사자는 계약의 내용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행하여야 한다.’는 언급이 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이번판결과 공사계약일반조건에 있는 지체상금 규정을 연결해 보면서 ‘서로 대등함’이 무엇일까 고민해보게 된다.

지체상금은 계약상대자가 계약서에 정한 준공기한 내에 공사를 완성하지 아니한 때에 매 지체일수마다 계약서에 정한금액을 국가에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국가의 사정으로 지체가 있는 경우 국가는 계약상대방에게 무엇을 지급 하는가. 이러한 내용을 공사계약일반조건에 규정하는 것이 실질적인 대등함 이고 입법적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