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리뷰] 진정한 건설혁신은 무엇인가
[기자 리뷰] 진정한 건설혁신은 무엇인가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8.12.23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 한 해 국토교통부가 수많은 ‘로드맵’을 쏟아 냈다. 그 가운데 건설업계가 주목한 로드맵은 단연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이다.

40년 만에 종합건설, 전문건설업계로 양분된 칸막이식 규제를 타파해 건설업계의 기술 증진 등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핵심 골자였다. 1990년대 중반에도 비슷한 시도를 했지만, 당시에는 업계별 이해관계에 가로막혀 이뤄내지 못했던 변화를 대화를 통해 풀어냈다는 점은 ‘성과’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건설산업을 지켜본 전문기자의 마음은 찜찜하다. 건설산업 노사정이 합의한 로드맵이 ‘칸막이식 업역 규제 폐지’ ‘불공정한 거래 관행 근절’에만 몰두한 지극히 편협한 주제만을 다뤘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로드맵은 20세기에 나왔어야 내용이다.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에서 ‘혁신’이라는 단어를 제외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해일처럼 밀려오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은 건설산업을 비롯한 전통산업과의 융·복합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카카오 카풀’과 ‘택시산업’의 갈등이다. 이들의 주장은 결국 ‘생존권’ 문제다. 신성장동력으로 평가 받는 ICT도 먹고 살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카카오카풀이 넘본 시장이 바로 택시시장이었을 뿐이다.

건설산업도 마찬가지다. 택시산업보다 커다란 덩치를 지닌 탓에 아직까지는 ICT산업의 먹이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칸막이식 규제 제거에 종합·전문건설이 몰두해 있는 순간에도 건설 관련 ICT는 서서히 발전하고 있다. 건설산업이 ICT를 이해하고 먼저 수용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흡수될 것이 뻔하다. 사실상 산업간 ‘적대적 M&A’인 셈이다.

이는 결국 건설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의 책임이 크다. 산업이 나아가야 할 시대적·기술적 흐름을 읽고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과 제도를 수립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이해당사자와의 소통에서는 제 역할을 다 했지만, 산업 전체를 통찰하고 견인할 수 있는 추진력에서는 상당히 미흡했다. 무엇보다 산업 간 융·복합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지 않은 점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기술 혁신은 도전정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경쟁력 확보도 이뤄낼 수 없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한정된 내수시장에서 피 튀기는 경쟁을 펼쳐야만 한다. 암울한 미래가 그려지는 이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미래 건설산업의 강자는 ICT를 먼저 수용한 업체가 차지할 것이 분명하다.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이 부끄럽지 않게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와 도전가 필요한 때다. 내년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파고를 즐기는 건설사가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