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건설 그리고 전윤수
성원건설 그리고 전윤수
  • 이경운
  • 승인 2010.02.0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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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신화를 외치며 해외사업에서 승승장구하던 성원건설이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홀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다시 한번 꿀맛 같은 대박을 경험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불살랐지만 이제 친구(협력사)도 가족(직원)도 등을 돌려버린 초라한 모습이다.

대박을 경험한지 채 3년도 되지 않은 작금의 현실이다.

그러나 성원건설에게는 아직 힘(자산)이 남아있다. 이제 그 힘을 친구와 가족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성원건설 전윤수 회장의 도덕적 자질(Moralism)이다.

성원건설의 협력회사와 직원들은 이미 2년 전부터 돈 걱정을 해왔다. 대박으로 알려진 해외사업이 빚 좋은 개살구였음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2008년 겨울 들어서는 국내 사업장도 정상가동이 어려웠고, 직원들 사이에선 소수 이탈자가 생겼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두바이 데이라 사업은 지연됐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사방에서 몰아닥쳤다.

협력업체의 하도급대금과 직원들의 월급은 이때부터 밀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성원건설은 계속 신입사원을 뽑았다. 해외 근무가 가능한 자들로.

당시 성원건설의 해외사업 네임벨류는 참으로 대단했다.

두바이, 바레인, 카자흐스탄을 넘어 리비아 신도시 조성사업까지 참여하기에 이르렀고, 해외지사도 4개로 늘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때쯤 성원건설 용인 사옥이 경매 위기에 처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성원건설에게 리비아는 희망의 등불이었을까? 두 차례 사옥의 경매집행을 막아가며 기자간담회를 열고 리비아 사업을 홍보했다.

하지만 낭보보다 비보가 먼저 들려왔다.

지난해 12월 어음 25억원을 막지 못해 대주단 협약에 가입해야 했고, 리비아사업에 필요한 수출보증서도 발급받을 수 없게 됐다. 파트너를 구해봤지만 다들 손을 가로저었다.

한때 3만2,000원까지 올랐던 주식은 이제 1,000원짜리다. 전윤수 회장도 협력사도 직원도 투자자도 모두 울상이다.

흔히들 해외사업은 양날의 검이라고 한다. 성사시키는 것보다도 수익 만들기가 어렵고 사업을 이어가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한다.

성원건설은 보란 듯 해외사업 확대에 나섰지만 알맹이가 빠진 실적만 쌓은 셈이다. 속빈 강정이 됐고 빚더미만 남았다.

대주단의 실사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직원들 급여가 130억원에 달하고 퇴직금과 4대 보험 연체금액도 90억원에 이른다.

협력업체들의 피와 땀의 대가도 1,000억원에 달하며, 국내 주택사업 8개 현장에서 끌어다 쓴 돈이 9,000억원이다.

그럼에도 전윤수 회장은 아직 해외사업의 단맛에 빠져 있다.

그도 그럴것이 해외만 부르짖던 성원에게서 해외를 빼면 회생 가능성도 없기 때문이다.

리비아 사업을 위해서라면 사재로 골프장과 시공권을 팔아 500억원을 만들 수 있단다. 리비아사업의 선수금 1,800억원이 들어오면 다 해결된다고 한다.

노조의 아우성에 사무실에 출근조차 못하고 밖에서 업무를 볼지언정 해외사업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성원건설의 전윤수 회장은 예언자가 아닌 경영자다. 힘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이제 꿈에서 깨어나 한번쯤 뒤를 돌아볼 때다.

성원건설을 믿고 따랐던 직원들과 협력사, 투자자들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