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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공사 하고도 돈 못받는다… 후진적 관행 개선 시급성공조건부, 지하수 공사계약 관행 이대로 안된다
선병규 기자  |  redsun@ik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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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12  17: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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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지하수 관급공사 ‘성공조건부’ 계약형태 진행… 업계 발전 ‘발목’

美, 발주자와 설계·시공자 엄격 분리… 부당 처사땐 법정 소송
韓, 성공조건부 계약만 입찰··· 수량 미 확보시 공사대금 불투명

업계, “정당 공사비 보장없이 기업 발전·산업 육성 요원하다”
정부, 공공기관 불공정거래 청산… 깨끗한 물 공급 나서야

   
▲ 이병호 기술원장(한국지하수·지열협회)

[국토일보=선병규 기자] 최근 경기도의 표준시장단가 적용이 ‘슈퍼갑질’로 논란이 되자 지하수 관급공사도 덩달아 도마 위에 올랐다.

“성공이 불확실한 지하수 공사, 실패하면 공사비 한 푼 받지 못하는 후진국적 굴레에서 벗어나야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

한국지하수·지열협회 이병호 기술원장의 말.

그동안 쉬쉬하기만 했던 국내 성공조건부 지하수 공사계약관행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그가 전면에 나섰다.

지금까지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하수 관급공사는 ‘성공조건부’ 계약형태로 개발을 진행해 왔다. 성공조건부 계약은 지하수 설계·시공 전에 사전예측이 불가능한 채수량과 수질확보의 결과물(성공 여부 상관없이)을 시공업체에게 전가하는 방식이다. 발주하는 공공기관의 책임자가 지정한 지역에서 시공업체에게 착정을 요청한 후 수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공사 대금을 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상공사와 달리 시각적으로 격리된 지하수공사는 처음부터 완벽한 설계가 불가능하다. 이처럼 착정성공률이 50%밖에 되지 않는데도 성공부조건 계약이 지하수시장을 병들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국내 업계는 관급공사 발주자를 상대로 저항의 움직임이나 법적소송을 한 사례가 거의 없다. 소송을 걸어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생각에 울며 겨자 먹기 식 공사를 진행했다는 거다. 수요가 넘치기 때문에 과당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해 자정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업계는 추측했다.

대한민국은 선진국만이 보유하고 있는 지하수법을 이미 30년 전에 국가의 책무로 규정해왔다. 인간의 생명자원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다양한 법적수단을 갖추고 있는 국내가 지금부터라도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와 관련 지하수시장 선진국인 미국의 선진사례와 비교해보며 해결점을 모색해본다.

 

■ 미국 사례로 본 국내 지하수시장 현주소

이병호 기술원장은 미국 수리지질학 교수의 ‘Groundwater & Wells’의 저서를 토대로 미국법원의 판례를 제시했다. 이는 지하수선진국인 미국이 불공정 관행 계약에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논리적 근거와 상세 계약의 이행 과정을 담은 내용이다.

이 원장은 “국내도 미국처럼 공정 경쟁 환경을 마련하는데 유용한 단서로 활용되길 바란다”며, 다음과 같은 사례를 내놓았다.

우선 South Carolina 법원 판례에서는 시공업자가 수질 확보를 하지 못한 경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발주자가 제공한 계약이행을 성실히 수행한 시공업자는 지하수 성능 여부 관계없이 계약상 의도된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본다”고 판결했다. 이는 계약자가 설계와 시방서에 따라 작업을 수행했다면 결함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견해다.

미시시피 법원에서도 공사계획과 시방 조건을 만든 사람들은 발주자의 임무이기 때문에 충분히 시공결과를 보증할 책임이 있다며, 발주자는 계약자가 계약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합리적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뉴욕 법원은 좀 더 다양한 경우에 대해서 명쾌한 판결을 내렸다. 예로 뉴욕시가 계약자에게 5년간 완전한 방수 및 방습 처리가 된 지하실을 요구하는 특수조건을 제시했고, 계약자가 이에 동의한 경우다. 이때 준공 시점에서 지하실은 건조한 상태였으나 준공 후 습기가 생기자 뉴욕시는 공사비 지급을 보류했으며, 계약자는 공사비를 받기 위해 고소를 했다.

법원에서는 “계약의 약속은 지자체에서 제시한 계획서와 시방서에 의해 방수를 하는 것으로서, 방수 자체를 약속한 것이 아니므로 계약자 의무사항 아니다”라고 판결을 내렸다.

미국의 사례처럼 발주자가 제시한 설계서와 과업지시를 확실하게 이행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공업체가 수량·수질 확보부담에서 자유로워져야 공정한 계약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발주자 측인 공공기관 및 지자체는 “수질 확보에 실패한 사례가 발생한 적이 없고, 설령 그렇다 해도 폐공처리비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해명했다.

폐공처리비는 그저 폐공처리비일 뿐, 계약 전 제시한 총금액을 주지 않는 건 국가의 약탈과도 같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입장이다.

   
▲ 지하수 시추 및 착정 모습

■ 기술산업 육성 첫걸음은 지하수 공사 ‘한계성’ 인정

국내 지하수시장이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지하수 시공은 발주자가 물을 필요로 하는 지점에서 원하는 지하수량과 수질을 100% 얻을 수 없다는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지난 30년의 국내 지하수정책이슈를 선점해 온 지하수 폐공방치 및 부실시공과 관련한 해묵은 문제를 풀 수 있다. 정부가 앞서서 병폐를 근절한다면 민간 지하수 산업도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정당한 공사비를 보장받는 사회가 조성돼야 업계는 적극적으로 인력과 장비에 투자할 수 있다. 그래야만이 고용창출에 의한 기술인력 육성이 가능해지고, 3천여 영세업체들의 기술을 선도하는 우량기업도 육성할 수 있고, 일본이나 유럽이 차지하고 있는 동남아 해외시장 진출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게 지하수 업계 전문가들의 한 목소리다.

지하수는 국민의 생명자원이자 유한 자원이다. 다음 세대에게 깨끗한 물을 적재적소에 공급해주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불공정 관행을 모른 척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다음 세대에게 온전하게 물려 줄 지하수를 위해 개선된 선진정책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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